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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규칼럼]‘큰바위 얼굴'과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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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924회 작성일 10-08-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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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바위 얼굴'과 이어도


            ▲강문규 한라일보 논설실장

            전남 하의도의 '큰 바위 얼굴'이 언론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마을에서 바닷가 쪽으로 900m가량 떨어진 대섬(죽도) 한 쪽이 영락없는 사람의 얼굴 형상(形象)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실린 '큰 바위 얼굴' 사진은 높이 20~30m에 위쪽은 나무들이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 바위얼굴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지막 고향 방문길에 이 바위를 찾으면서다. 이후 이 바위를 DJ와 연계 시켜 해석하는 방문객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박준영 전남지사 등도 이곳을 둘러봤다고 한다.

            필자도 일전에 제주의 '큰 바위 얼굴'을 본란(3. 17일자)에서 다룬 바 있다. "단산의 동쪽 언덕은 높은 절벽을 정점으로 마치 어깨모양을 갖추며 양쪽으로 내려 앉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지긋이 다문 입, 코는 높지 않지만 그 위의 눈은 길게 옆으로 찢어져 있다. 이마와 머리모양도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우직하면서도 결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풍모다. (후략)"는 내용이다. 하의도의 '큰 바위 얼굴' 소식을 접하며 문득 대정향교 앞뜰에서 보았던, 대양을 응시(凝視)하는 듯한 제주의 '큰바위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전 어느 세미나에서 이어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는데 송성대 (제주대 사회교육과)교수의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국제해양법의 인정에 따라 오늘날은 한 바다에 돌섬 하나만 가지면 일본열도 전체 넓이에 해당하는 약 35만㎢의 바다땅을 가질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남북한 해봐야 22만㎢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어도는 암초다. 그래서 이어도를 소유한다고 해서 그 만큼 영토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어도해역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송 교수가 언급한 이어도의 정치·경제·지리학적 중요성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어도해역은 3000억 달러를 돌파한 무역대국 한국의 수출입 물량 99%가 통과하는 핵심 무역통로다. 특히 중동의 원유를 실은 수송선들은 반드시 동중국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생명선이나 다름 없다. 동중국해가 2주 이상 봉쇄(封鎖)되면 한국경제가 파탄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어도는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될 대단히 소중한 해역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어도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이어도는 식당이나 쇼핑점, 술집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나마 이런 이름으로라도 이어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좀 더 제주도민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이어도에 관한 구체적인 관심과 인식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태풍으로 이어도 주변 해역에서 선박이 좌초(坐礁) 했을 때 해경에서는 '마라도 남방 00마일' 이라는 식으로 사고지점을 밝힌다. 기상청의 태풍예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어도에 기상관측 등을 위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됐음에도 그렇다. 정부나 자치단체에 속한 각 기관은 물론 언론의 이어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는 말은 연애할 때만 쓰이는 충고는 아니다. 이어도는 평시에는 수면위로 보이는 섬이 아니다. 때때로 큰 파도가 칠 때만 하얀 포말과 함께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암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더 언론 등을 통해 이어도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어야 한다. 제주섬의 '큰바위 얼굴'은 마라도를 지나 그 너머의 이어도를 응시하고 있다. 한번쯤 대정향교 앞뜰에서 그 모습을 보며 '큰바위 얼굴'이 무엇을 시사하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0/8/24-한라일보-강문규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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