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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선…] 이어도 사랑, 이어도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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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2,061회 작성일 10-02-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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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래인 이어도 타령의 도입부다. 이어도타령은 제주 해녀들의 삶에 대한 애환과 이상향의 추구, 바다 여인들의 한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이 노래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노랫말에 나오는 ‘이여도’와 오늘날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동중국해의 이어도(국제명 Socotra Rock)와의 관계성이다.

            일반적으로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적 관점에서 보면 노랫말의 이여도는 삶의 피안의 세계이며, 어떤 특정 위치를 가리킨다. 현재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 지점이 노랫말의 이여도와 관계가 깊다고 보는 것이다. 그 근거는 어부들이 오래 전부터 이어도 부근에서 조업을 했으며, 그곳은 파도가 강해 수많은 어선들이 난파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확신 때문에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이어도의 날’ 지정을 위한 조례 제정, 이어도 번지 부여 등에 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또 도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민으로서 역사적 사실과 정서적 인지를 감안하면 이어도에 대한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어도를 제주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끝자락이자 우리의 해양영토로 돌리기에는 수많은 장벽이 놓여 있다. 제주도민에게는 이어도가 수백년 아니 수천년 전부터 친근하게 다가왔고 삶의 한 부분에 녹아있다 해도 현실적으로 이어도를 제주도의 한 부분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도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재 이어도의 위치는 공교롭게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의 범위에 모두 중첩되는 해역이다. 중국, 일본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주장할 경우 이어도 바다를 쉽사리 우리에게 내줄 것 같지 않다.

            현 상황에서 이어도에 대한 해양 영토문제를 가지고 본격적인 논쟁이 불붙게 된다면, 우리에겐 준비되어 있는 자료가 너무도 미비하다. 주장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는 이어도가 거리상으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훨씬 가깝고, 제주도에는 이어도에 관한 노래·설화가 많으며, 이어도 부근에서 오랫동안 어업활동을 했다는 것뿐이다. 국제해양법적으로 해양영토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사법재판소는 우선적으로 분쟁 당사자 국가들끼리 먼저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미래 지향적 준비를 고려하지 않은 이어도 관련 행사, 활동 등은 독도문제처럼 정서적인 만족감 외에는 국제적으로 당장 우리에게 돌아올 혜택이 많지 않다. 독도의 경우 독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 국민적 유행가, 다양한 이벤트 등을 수없이 해왔지만 국제해양법적으로 의미있는 논리자료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해양영토관련 자료 확보 측면으로 보면 일본보다 불리한 부분도 없지 않다. 독도문제를 타산지석으로 본다면, 이어도 문제에서 장기적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어떤 행사를 개최하거나 행동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문제해결에서 혼란과 불이익을 초래하기가 쉽다.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논리개발과 자료준비가 이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제주도가 이어도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가졌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09/7/23-경향신문-이병걸 제주대교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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