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어도로 가는 쾌속선이 출항하다 / 고충석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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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면] 이어도로 가는 쾌속선이 출항하다 / 고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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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11-11-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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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충석 이어도연구회 회장·제주대 교수
            바다에 대해 관심이 덜한 한국인,
            그러나 수로관측은 그 나라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권한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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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널리 알릴 일이 하나 있다. 작지만 대단히 중요한 일. 해양영토를 지키는 중요한 사건이 남쪽 바다에서 곧 벌어진다. 11월18일, 제주도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오가는 수로관측선이 역사적 출항을 하게 되었다. 그 머나먼 이어도까지 불과 3시간이면 돌파할 배가 처녀항해를 시작한다. 사람들의 신경이 온통 독도에 쏠려 있는 동안 전혀 새로운 일들이 남쪽 바다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머나먼 남쪽 바다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뭍사람들에게도 전하고픈 것이다.


            지난 11월1일은 벌써 62돌을 맞는 ‘수로의 날’이었다. 거개의 사람들은 ‘수로의 날’ 하면 의미 자체를 모를 것이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도로라면 바다에도 도로가 있다. 이름하여 수로라 부른다. 도로 사정과 교통 정체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들도 바닷길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관심조차 없다. 지도는 잘 아는 사람들도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발간하는 해도는 잘 모르는 식이다. 그만큼 바다에 대해 관심이 덜한 한국인이다. 그러나 수로관측은 곧바로 그 나라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권한과 직결된다.


            지금으로부터 224년 전인 1787년(정조 11년) 5월, 프랑스의 라페루즈 함대 2척이 동해안 울릉도 수심을 재고 해도를 작성하였다. 대항해 시대에 전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제국의 침략은 이런 수심측량과 해도작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로의 날을 계기로 항로조사와 해양지명 정하기, 해양관측과 수로측량 같은 국립해양조사원이 수행하는 일련의 작업들의 의미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가령 일본과 맞붙은 동해와 일본해 지명 싸움, 해양영토를 둘러싼 영해탐사와 영해기준점 조사 등은 곧바로 해양주권 확보와 직결된다. 가거초와 이어도 해양관측기지는 그 자체로 해양영토 수호의 전진기지로 작용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동시에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사명들이 아무도 모르게 바다 한복판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의 현실은 남북관계에서 비롯되는 휴전선 문제에만 온통 신경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동해에서의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그리고 이어도 문제 등 해양주권을 둘러싼 전혀 다른 갈등도 전개된다. 이런 가운데 이어도로 떠나는 처녀항해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자그마한 교통사고도 세상에 알려지는 반면에 먼 바다에서 해양영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쾌거는 상대적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모처럼 국립해양조사원이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건조한 쾌속선이 이어도 해양영토까지 불과 6시간에 왕복하면서 남쪽 바다의 안위를 한결 덜 걱정하게 되었다.


            우리들이 잠든 시간에도 마라도에서 이어도까지 해양영토를 지키는 초고속선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중국의 도발이 예상되는 이어도 해양영토에 관하여 그 누구라도 신경을 써야 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토를 잃는 일만큼 민족사적 불행이 있을까. 육지의 영토만이 아니라 해양의 영토도 동일한 것이다. 쾌속선을 몰고 이어도로 고독한 항해에 나서는 숨은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2011/11/07-한겨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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