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기지엔 반쪽으로 찢긴 태극기가...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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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 기지엔 반쪽으로 찢긴 태극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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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39회 작성일 11-10-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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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신천지(新天地) 개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저광물, 해양식량, 바다에너지 등과 같은 바다가 인류를 위해 감춰둔 선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각 나라들도 대륙에서 바다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해양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성장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래의 한반도는 중국-일본을 잇는 환황해권의 중심이자 러시아-중앙아시아로 뻗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결하는 경제고속도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북으론 휴전선에 가로막혀 있어 글로벌한 무한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포함한 국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최남단 이어도(離於島)를 우리의 해양영토로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바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얼마나 바다의 자원을 확보하고 개발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판단, 해양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어도는 우리의 해양진출의 관문을 여는 교두보이자 디딤돌이다. 이곳에선 한중일 해양패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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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전 제주도 남쪽 마라도 기점 149키로 지점 해상에서 국토해양부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가 파도사이로 그 위용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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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전 제주도 남쪽 마라도 기점 149키로 지점 해상에 위치한 국토해양부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 도착한 유지보수팀이 기지에 도착해 도선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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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전 제주도 남쪽 마라도 기점 149키로 지점 해상에 위치한 국토해양부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의 태극기가 거친바람에 닳고 헤어져 반쪽만 남겨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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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제주도 남쪽 마라도 기점 149키로 지점 해상에 위치한 국토해양부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 도착한 김태헌 조사원과 유지보수팀이 낡은 태극기를 새 태극기로 교체해 게양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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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서 대원들이 물을부어 먹는 비상식량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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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 주변 해역에서 중국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7일 새벽 5시. 이어도 기지에 가기위해 다시 제주 모슬포항으로 모였다. 이어도 기지 유지보수를 위한 민간업체 하윤철 김승환 정희룡 김홍열 씨와 다이빙전문가 김성민 고석태 박병수 김용회 박동섭 씨. 기지관리 담당 국립해양조사원 김태헌 씨 등 12명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장에게 "배는 튼튼하냐"는 점검 확인 요청이었다. 전날 이어도에 가지도 못하고 20시간 넘게 표류한 '악몽'때문이었다. '뉴탐라호' 선장은 이어도에 총 12번 출항한 '이어도 베테랑'이었다. "이어도는 내가 잘 아니 걱정 마시오. 어제 방향키가 고장나 좌초됐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 배는 엔진도 두 개, 방향키도 두 개요."

            전날 이어도 기지로 가다 항해키가 고장나서 되돌아온 배에서 짐을 옮겨 싣고 출항했다. 9.7톤급인 뉴탐라호는 최고속도 30노트(시속 55Km 가량)로 항해했다. '가서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섬' 이어도의 전설은 하루도 예외가 없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가까워질수록 파도는 점점 높아졌다. 뱃머리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떨어지며 파도를 갈랐다. 시원하게 달리던 배가 오전 11시께 갑자기 멈춰섰다. 전날 표류가 시작됐던 그 해역이다.

            "마의 해역 아니냐." "또 다시 이어도를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하나"…. 다행히 작은 고장으로 판명 났다. 10여분만에 배는 다시 출발했다. 40여분을 더 달리자 멀리 이어도 기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기지 꼭대기엔 '반쪽만 남은' 태극기 휘날리고 있어

            기지 꼭대기엔 반쪽만 남은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이어도 바닷바람에 절반이 쓸려나갔지만, 태극무늬는 선명했다. 가슴 한켠이 뜨거워지는 것이 '우리땅'임이 분명했다. "대한민국 최남단은 마라도가 아닌 이어도다."

            이미 수차례 이어도를 찾은 하윤철 씨는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느냐. 한밤중에 도착해서 바라보면 더 '짠'해진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일부 요원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규모는 사진으로 보고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이어도 기지는 연 면적 400여평의 규모에 전체 높이가 76m에 달한다. 40m는 바다 아래 잠겨있고, 36m는 물 위에 솟아있는 무게 3400톤의 사각형 철재구조물이다. 도심 속 10층 높이 건물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바다가 안방'인 다이빙팀 3명이 선발대로 기지에 올라갔다. 기지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짐을 올리기 위해서다. 생수와 부식, 각종 잠수장비 등 무거운 짐을 끌어올렸다. 출렁이는 파도에 크레인에 매달린 짐이 뱃머리를 때리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기지로 올라가는 길 역시 위험천만하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파도에 요동치는 배를 기지 나루터에 접안시키는 일. 배와 기지가 맞닿는 폭은 가로 50cm에 불과하다. 엔진의 힘으로 배를 밀어 기지와 맞붙을 수 있는 순간도 20여초뿐이다. 그나마 파도가 잠잠했을 때의 경우다. 그 사이에 9명의 인원이 재빠르게 나루터로 이동했다. 우리를 실어 날라주고 제주도로 돌아가는 배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하이에나 무리들'의 염탐…우리 해경은 보이지 않아

            주변엔 7~8척의 중국 어선들이 나돌았다. 붉은 오성기를 단 배들이 기지주변을 빙빙돌며 우리가 기지로 입성하는 장면을 염탐했다. 커다란 일본 순시선도 찾아왔다. 매번 있는 일로, 우리에게 딴죽을 걸기 위해서란다. 으르렁거리지만 않았을 뿐, 매서운 눈을 치켜뜨고 맴도는 모습이 '바다 위 하이에나'와 같다.

            반면 기지 주변에 우리 군함이나 해경은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에 우뚝 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모습은 우리의 '해양개척 정신'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이를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어도 기지에 도착해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특히 이어도 요원들이 생활하는 곳인 4층 메인데크로 오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8월 태풍 '무이파'의 여파로 계단 난간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철제 계단 역시 태풍에 엿가락처럼 휘었다. 계단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휘감아 오금이 저려왔다. '목숨을 건 장애물 경기'였다. 자세를 낮춰 엉금엉금 계단을 기어 올라가야 했다.

            기지 곳곳엔 '무이파'의 흔적이 남아있다. 난간은 물론 기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해수담수화장치 펌프가 소실됐고, 각종 관측 장비도 파도에 쓸려갔다. 버려진 폐그물이 어지럽게 기지의 기둥을 감고 있었다. 중국 어선들은 고기를 잡다가 그물이 걸리거나 찢어지면 회수하지 않고 우리 바다에 그냥 버리고 간다고 한다. "자신의 해역이라면 그렇게 쉽게 버리고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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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 도착한 김태헌 조사원이 각종 계측장비와 센서에서 측정되는 수치가 나타나는 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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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 도착한 유지보수팀원들이 각종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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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국립해양조사원 이어도종합과학기지에 도착한 유지보수팀 김홍열 이사와 하윤철 과장 등이 태풍 무이파로 큰 피해를 입은 해수담수화 장비를 수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태풍 정보 알리고 쓰러진 '참전용사'

            헬기 이착륙장이 있는 5층 헬리데크 상황은 더 처참했다. 기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8m높이의 풍력발전기가 태풍에 쓰러져 누워있다. 지름이 50cm가 넘는 철골구조물이다. "아름드리나무가 뽑힐 정도의 바람이 불어야 이렇게 넘어진다"고 한다.

            풍속풍향계를 떠받치던 철탑도 반으로 접혔다. 반으로 꺾인 부분엔 트럭이 달려와 부딪힌듯한 흔적이 남아있다. 보수 담당인 하윤철 씨는 "누가 일부러 쇠톱으로 잘라놓은 듯하다"고 했다. '무이파'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당시 이어도 기지는 태풍 '무이파'의 진행과정을 시시각각으로 전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지에서 생산된 관측자료는 태풍의 진로예측 등에 귀중한 정보로 활용됐다. 태풍 진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위성자료 이외에도 이어도 기지와 같이 육지에서 150km 이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측된 현장자료가 중요하다. 또 기지 옥상에 설치된 중계카메라를 통해 생생한 현장화면을 보여줌으로써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했다.

            '무이파'로 인해 당시 제주도에만 5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전국적으로도 1000억원의 재산피해와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최악의 태풍으로 불렸지만, 피해를 최소화한데에는 이어도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1%만 높여도 수천억 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이어도는 남해 최전방에서 마지막까지 태풍상황을 보고했다.

            이어도 기지는 우리에게 태풍의 정보를 남기고 용맹하게 쓰러진 '참전용사'였다. 부서지고 소실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당장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다. 훈장을 수여하기에 앞서 대수술이 필요했다.

            유통기한 2년 지난 '즉석비빔밤'…"먹지말자"는 사람 한명도 없어

            오후 2시. 늦은 점심을 시작했다. 메뉴는 즉석비빔밥.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전투식량'의 일종이다. 기지 부식창고에서 꺼낸 즉석비빔밥의 유통기한은 이미 2년을 넘겼다. "먹지 말자"고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어도 기지에선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해진 탓이다.

            즉석비빔밥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군대에서 먹어본 '맛' 보다 한 수 위다. 그때보다 기대가 작았던 이유도 작용했다. 누구 한명 "맛없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어도 기지 내 '긍정의 힘'은 대단했다. 감탄사까지 나왔다. "2년 지난 음식이 이래 맛있네!"

            부식창고는 군대 1종창고와 흡사하다. 오랫동안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음식, 캔류, 쌀, 라면 등이 주를 이뤘다. "기상상황이 악화되면 한달 이상 머물러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비상식량을 쌓아둔다"고 했다. 냉장고에는 우리가 사온 김치와 각종 밑반찬이 채워졌다. 밑반찬 역시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멸치볶음 등 건어물이 대부분이다.

            "소변은 바다에..." 변기물도 아껴라

            가장 중요한 음식은 역시 물이다. 해수담수화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에 아끼고 또 아껴도 부족한 물이다. 기지 관리를 총괄하는 김태헌 씨는 요원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물 아껴쓰세요"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물 부족은 생존을 위협한다.

            식당 게시판에도 '물을 아껴씁시다'라고 커다랗게 쓰여있다. 바로 밑에 문구는 '소변은 바다에...' 였다. 화장실 변기물 마저도 아껴야 한다. 식사 후 마트에서 사온 물티슈로 간단하게 손을 닦았다. 그 물티슈도 몇 차례 재활용됐다.

            설거지 역시 바닷물로 1차 세정을 한 뒤 정수된 물로 마무리를 했다. 대부분 물을 비롯한 음식 부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음식부족으로 인한 일화 한토막. 지난 겨울 높은 파도 때문에 기지에서 예정보다 보름을 더 머물게된 요원들은 밥과 라면, 김치로 끼니를 때웠다. 참다못한 한 요원이 기지 아래로 낚싯대를 내려 우럭과 돔 수십마리를 낚았다. 육지에선 귀하디귀한 '자연산'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수백만원어치였을 것"이라고 한다. 일주일동안 최고급 어종으로 만든 생선구이, 찜, 회만 먹었다. "그 귀한 생선이 나중엔 질려서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하루는 식탁에 밥, 초장, 우럭회만 덩그러니 올라왔다. 제대로 밥을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어도 기지에선 흔한 일이지만, 정치부에서 '나랏님'들을 상대하던 기자로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나라 살림 예산을 짜는 이들에겐 국회 본청 7000원짜리 한정식은 검소한 식사였다. "우리국토 최남단을 지키는 이들이 그들보다 진수성찬을 즐겨야 맞는 게 아닌가."[이어도 해양기지 특별취재반 =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박항구 사진기자]

            2011/10/20-데일리안-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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