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 10월 16일자> ‘변시지 미술관’ 왜, 지금 필요한가?
페이지 정보
본문
▲ 故 우성 변시지 화백<사진출처= 기당미술관> |
왜, 다시 변시지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고 변시지 화백은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화폭에 담은 세계적인 화가이고 지금 제주가 원하는 ‘제주다움’을 제대로 창출해낼 수 있는 문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변 화백은 1926년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태어나 2013년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제주의 폭풍, 쓰러질 것 같은 소나무, 한 남자, 외로운 배, 여윈 말, 황토빛 하늘과 바다, 양파뿌리 같은 태양, 그리고 다리가 하나인 까마귀 등 온통 제주적인 그림만을 그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희망-드로잉판화 <사진출처= 기당미술관> |
<폭풍>, <생존>, <이어도>, <기다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등 그의 그림 속에는 제주도를 표현하였으나 그 제주도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자연 풍광만은 아니다. 그래서 폭풍을 그리지만 황토빛 폭풍이고 배를 그리되 죽어야만 갈 수 있는 신화의 섬 이어도의 배이고 산을 그리되 여신의 배이고 까마귀를 그리되 그것은 다리가 하나인 외족오이다. 외족오는 고대의 삼족오 같은 신화적 까마귀가 아니라 군중 속에서 홀로 고독한 삶을 선택한 현대인의 표상인 셈이다.
지금 세계는 문화가 지배하는 문화의 시대다.
그렇다면 제주는 이처럼 문화적 콘텐츠로서 가치가 충분한 세계적인 화가와 그가 남긴 훌륭한 작품들을 왜 홀대하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문화를 외치면서도 그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도민뿐만 아니라 제주 도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원희룡 도정 출범당시 '변시지 미술관' 건립에 대한 관심이 잠깐 표출됐었다.
'변시지 미술관' 건립추진은 지난 2010년 사업비 15억원을 확보하면서 시작됐지만 이후 서귀포시와 변 화백, 가족 등과의 여러 차례 협의에도 불구하고 결실을 맺지 못했고, 관련 예산은 다른 사업비로 전환되고 만 것이다.
원 지사가 당선 직후 변시지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을 방문해 변 화백의 아들인 변정훈 (재)아트시지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변 화백의 작품은 제주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원 지사의 발언으로 그동안 무산됐던 ‘변시지 미술관’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후 원 도정 2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4일 오후 3시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제1회 변시지 학술세미나(기당미술관) |
변시지연구소가 주최하고 서귀포시와 서귀포문화원, KBS제주방송총국과 (재)아트시지가 후원해서 마련한 ‘제1회 변시지 학술세미나’다.
이 행사는 현재 서귀포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성씨가 2016년 서귀포시 문화도시 공모사업으로 마련한 자리다.
3명의 발제자가 세미나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오광수(현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뮤지엄 산 관장) |
먼저 오광수(현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뮤지엄 산 관장)씨는 지난 1958년부터 시작된 변 화백과의 인연을 얘기하면서 “그의 작품이 지니는 소박성은 어쩌면 제주 특유의 풍토성, 즉 문명에 찌들지 않은 원형으로서의 풍경미에서 나오는 것이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풍광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회한이 서린 땅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제주에서 변 화백의 작품이 지니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교수(중앙대, 미술평론가) |
두 번째로 나선 김영호 교수(중앙대, 미술평론가)는 “제주에 우후죽순 생겨난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려 81군데가 된다. 그러나 많은 수에 비해 제주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이야 말로 ‘변시지 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절실한 때이며 공공미술관 개념으로 제주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유정(미술평론가) |
마지막으로 미술평론가인 김유정은 변시지 화백의 작품에 나타난 의미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면서 “지난 달 개관한 김창렬 미술관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의 땅에서 유배된 느낌을 갖게 한다. 제주를 가장 심도 있게 그려낸 제주화가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은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겠다’고 늘 말하고 있다. 제주 문화의 가치를 키우는 일은 가장 제주다움을 찾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시지 화백의 작품을 항상 감상할 수 있는 일이야 말로 제주의 문화적 가치를 키우고 가장 제주다움을 만들어 내는 최선의 일이 아닐까 싶다.
먼저 도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가칭 ‘변시지 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용역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 한 지 찾아야 한다.
백마디 말 보다는 한가지라도 실천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다.
- 이전글<중알일보, 10월 16일자> '진사' 즐거운 족구·눈물의 수료식, 50시간 항해 끝 16.10.18
- 다음글<제주의 소리, 9월 26일자> 이어도 눈독 들이는 중국, 대책 없는 외교부…뭐가 중헌디? 16.10.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