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2018. 5. 8>, ‘한반도의 봄’에 유독 민감한 시진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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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이후 한반도 질서 대변화 예고, 계산기 두드리기 바쁜 중국
4월28일 오전 10시44분, 중국 정찰기 ‘윈(雲)-9’가 제주도 아래 이어도 서북방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KADIZ는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 항공기의 영공 침입에 대비해 설정한 지역이다. 국제법상으로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항공기는 이 지역에 들어올 때 관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미리 통보한다. 그러나 윈-9는 무단으로 진입했다. 윈-9는 이어도 북부를 지나서는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낮 12시11분에 포항에서 56km 떨어진 지점을 지났다. 그 뒤 기수를 북쪽으로 돌려 강릉에서 74km 떨어진 지점에 도달했다. 윈-9는 그곳에서 기수를 180도 전환해 남쪽으로 향했다. 같은 항로로 남향하던 윈-9는 오후 2시33분에야 KADIZ를 벗어났다. 윈-9가 KADIZ 안에서 비행한 시간은 3시간49분이었다.
공군은 윈-9 무단 진입 직후부터 여러 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감시했다. 이튿날 외교부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국방부는 주한 국방무관을 불러 엄중 항의했다. 올해 들어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은 세 번째다. 이번엔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았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선 “중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벌어질 ‘중국 패싱론’을 경고하기 위해 윈-9를 띄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물론 일각엔 “사드(THAAD) 기지 공사 재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중국 군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협정에서 빠질라’ 긴장하는 中
남북 정상회담 당일 중국 외교부의 반응에서 잘 드러난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직후 담화를 발표했다. 루캉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축하했다. 그는 “관련국들이 대화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반도의 정세 변화에 중국이 적극 개입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첫 번째 행보로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월2일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은 2007년 이래 10년 만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6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예정돼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로서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3년 만의 방북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향후 맺어질 종전협정에서 소외당하는 걸 방지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 단초는 판문점 선언에서 드러난다. 판문점 선언에는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남북·미 3자회담으로 종전이 선언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은 한국전쟁의 참전국이자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오랫동안 북한의 후원자를 자임해 왔다. 6·25 전쟁은 중국의 참전으로 전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는 중국군 18만 명이 희생됐기에 가능했다.
6·25 전쟁은 중국에 있어 첫 해외파병이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북한 정권을 유지케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펑더화이(彭德懷) 중국지원군 사령관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에 사인했다. 그 밖의 서명 당사자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이다. 이런 배경으로 중국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중국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오신(曹辛) 차하얼(察哈爾)학회 연구원은 “한국은 협정 당사자가 아니며 북한군, 중국군과 교전했던 유엔군 구성원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北 자원 독점권
중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기존의 한반도 질서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안보와 경제라는 중국의 중대 이익이 걸려 있다. 안보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진행하면서 선결조치로는 사드 철수를, 궁극적으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요구한다. 그동안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쌍궤병행(雙軌竝行)’에 포함돼 있다.
겉으로 보면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이다. 하지만 그 지향점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더불어 주한미군의 대대적 감축이나 철수다. 이 점에선 중국과 북한의 입장이 일치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언론매체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점을 꼽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혈맹’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국이자 투자국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엄격한 상황에서도 지난해 양국은 49억8000만 달러의 교역 규모를 기록했다. 비록 전년 대비 14.5% 줄었으나 다른 국가들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다. 무엇보다 이 수치에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유가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5년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15억 달러로, 전체 비중의 53%였다. 하지만 2007년 67%, 2009년 79%, 2011년 89%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엔 전체 무역의 92.5%가 중국에 편중됐다.
중국의 대북 투자는 2005년부터 지하자원 개발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투자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은 북한과 인접한 동북 3성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 기업이 투자한 분야는 광물 개발과 가공에 몰려 있다. 지난해 북한의 수출액 28억 달러 중 광물 수출이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광업과 광공업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2.6%와 34.9%를 각각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한데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투자로 얻어지는 과실을 중국이 독점하지 못하게 된다.
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뿌리 깊은 반중 감정 때문이다. 이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에 김정은 정권은 자국 경제와 무역이 중국에 종속된 현실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자국의 내정을 간섭하고 이익을 쓸어가는 걸 경계한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 선전물은 한국전쟁을 중국을 제외한 채 북한과 미국 간의 전쟁으로 규정한다. 이런 상황은 중국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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