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 7월 28일> “바다를 알아야 이어도 미래 지킬 수 있죠” > 언론 속 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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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신문, 7월 28일> “바다를 알아야 이어도 미래 지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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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1,500회 작성일 14-08-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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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알아야 이어도 미래 지킬 수 있죠”

            등록 : 2014.07.28 20:01수정 : 2014.07.28 20:01

            우도 등대 앞에서 자세를 잡은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미래해양전문가과정 6기 참가자들.

            2014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지난 22일 오전 9시45분, 제주 성산항에서 출발해 우도로 가는 ‘우도사랑1호’에는 명찰을 목에 건 60여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갑판에서 볕을 쬐고,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이사장 고충석)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대표 박준열)가 공동주최하는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제6기’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었다. 프로그램에는 1945년생부터 1995년생까지 넓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해양탐험가, 작가, 언론인, 대학생까지 직업군도 다양했다. 이어도와 바다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그들을 묶는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올해로 6번째를 맞는 이어도 해양아카데미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간 제주에서 진행됐다. 21일과 23일은 고충석 이사장(전 제주대 총장), 김성진 서울대 교수(전 해양수산부 장관), 송성대 제주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어도종합과학기지 건설을 총괄한 심재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특성화연구본부장 등 전문가들이 이어도에 대한 인문·사회·과학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원장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지난 10년간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건, 천안함, 그리고 이번 세월호까지 바다를 둘러싼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 바다를 알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바다를 지킨다는 것은 바다를 사랑하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이어도 아카데미를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해양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번째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최 쪽은 예전 이어도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인 ‘이어도 동우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5명을 다시 초청했다. 2012년 4기 과정에 참가했던 허진씨는 “늘 또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동우회 사람들은 자주 만나 바다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하며 제주와 이어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이어도연구회 고충석 이사장이 제주대학교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 60여명 참가
            제주 해양문화 탐방도 곁들여
            “주변 해역은 남한 면적 60%
            어족 풍부한 물자이동 요충지”

            고충석 이사장은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의 영토주권 주장은 억지”라며 역사·문화·국제법상 이어도가 한국의 해양 영토임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이어도 주변 해역은 남한 면적의 60%를 차지한다. 풍부한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물자 이동의 요충지로서 이어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주 교수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학 관광학 박사 강은정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이 인솔하는 제주 해양문화 탐방이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습한 더위에도 바다가 꽃피운 해양문화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해녀들이 정성으로 안전과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한 해신당인 ‘생개납 돈짓당’에서 주 교수의 설명을 듣던 동화작가 이경혜씨의 눈이 빛났다. 월정리해수욕장을 걸으며 이씨는 “신당 나뭇가지에 매인 천원짜리 지폐들과 색색의 천들이 너무 따뜻했다”며 “해녀들의 기원이 담긴 주술 공간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물때를 맞추어야만 볼 수 있는 생태환경적 돌그물 ‘원담’을 관찰할 기회도 얻었다. 밀물 때는 보이지 않는 돌그물은 썰물 때가 되면 모습을 드러낸다. 돌담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는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경북대 지질학과 2학년 원대영씨는 작은 돌그물 앞에 쭈그려 앉아 작은 게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국방송 제주총국 피디(PD) 조나은씨는 원담 앞쪽 물살에 너울거리는 해초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주에 대한 이해 없이 제주 바다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제주의 해양문화는 제주의 역사와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 곤을동 마을은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1번지다. 4·3 제주양민학살사건 유적지인 곤을동은 1949년 1월4일 불시에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마을 전체가 불에 탔다. 현재는 그곳이 집터였음을 알려주는 네모진 돌담만 모여 있고 위로는 무성하게 풀이 자랐다. 화북동 서쪽 바닷가 마을의 흔적만 남은 그곳은 쓸쓸했다. 추계예대 영상비즈니스학과 4학년 김슬기씨는 “돌담이 모여 있는 모습이 왠지 서글펐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사람들이 아픈 역사를 계속 마주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픔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청년들이 25명, 전체 참가자 중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다양한 관심사와 전공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수원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지현아씨는 “해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해녀복이 흥미로웠다”며 “주 교수님이 설명하신 해녀의 삶을 떠올리니 옷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인하공전에서 조선해양을 공부하는 이해송씨는 “바다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되었다. 전공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참가한 동기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어도 아카데미가 이어도에 대한 이해는 물론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학습지 교사 이민영씨는 “이어도를 바라보는 정치·문화·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 그리고 해양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 기행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아는 만큼 보게 하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직접 볼 계획이었으나 주변 바다가 워낙 위험하고 세월호 사건을 고려해 이번에는 직접 방문하지 못했다. 주최 쪽과 참가자 모두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카이스트 해양시스템공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최윤석씨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전공인들을 위한 2차 교육 기회도 있었으면 한다”고 이어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23일 오후 열린 수료식에서 고충석 이사장 명의의 수료증을 받았다.

            주 교수는 “바다는 직관을 준다.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바다를 통해 영감을 얻었다”며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문화·자원·기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바다를 알면 미래를 쥘 수 있다는 말이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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