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G7 정상회의와 국제질서의 변화: 중견국, 부담 분담, 그리고 남은 세계의 부상 > 해외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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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앙 G7 정상회의와 국제질서의 변화: 중견국, 부담 분담, 그리고 남은 세계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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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6-06-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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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7개국(G7)은 이른바 남은 세계의 부상을 사실상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는 서방 경제체제에 통합되어 있으면서 세계 경제 성장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들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초청국 10개국 중 핵심 G7 국가들을 제외하면 인도는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회의에 참석했지만, 미국의 대서양 동맹국들과 공개적인 갈등을 벌이지는 않았다. 이는 워싱턴이 이란과의 휴전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과 미국 간 휴전이 성사된 상황에서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격의 빈도와 치명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공 역량, 추가 방공 시스템과 요격체계, 장거리 타격 능력 지원을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의 군수 생산 확대를 위해 관련 면허 제공까지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보다 강경한 유럽의 입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럽 동맹국들에게 더 큰 안보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서양 동맹의 원칙을 재정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부담 전가(burden-shifting) 전략은 유럽이 미국산 방위장비를 구매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미국이 직접 경제적 지원 형태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보다는 유럽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의 협력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제하기 위해 구축하려 했던 국제 연합체에 유럽이 참여하는 것, 다시 말해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했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G7은 서방 외부 국가들과의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계를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의 역할이 특히 주목받았다. 카니는 인도의 외교적 자산과 경제적 위상을 강조하며, 인도를 단순한 ‘중견국(middle power)’이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핵심 목소리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입장은 카니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강대국들이 점점 더 대립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중견국의 중요성을 옹호했던 연설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은 유럽 국가들에게 트럼프와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제공했다. 휴전 이전 유럽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나 공동 봉쇄 조치에 참여하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이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G7이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다국적·독립적·방어적 이니셔티브가 상선 보호, 해운업계 신뢰 회복, 기뢰 제거 검증 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 재개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났다.


            에비앙 G7 정상회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G7의 집단적 공약은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불안정성이 커진 아시아 국가들에게 일정한 안도감을 제공했다. 특히 중국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타협(grand bargain)’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베이징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데 주저해 왔기 때문이다.


            G7 회의에 앞서 중국은 6월 11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 성장 융합 정상회의(Global Convergence for Growth Summit)’에 참석했다. 비록 중국이 G7 체제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의 부재가 일정 부분 상쇄되었다. 그 결과 중견국들이 글로벌 성장과 거버넌스 문제에서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게 이번 G7은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제무대에서 확대되는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자리였다. 에비앙에서 논의된 세 가지 핵심 의제는 인도의 국내외 우선순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글로벌 노스(Global North)가 점차 글로벌 사우스의 우선순위와 동떨어진 공간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최대 글로벌 사우스 국가인 인도는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뢰 회복(rebuilding trust)’이라는 화두는 인도의 입장에 잘 부합한다. 인도는 현재 주요 분쟁 당사국들과 직접적인 갈등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평화와 안정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는 남아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도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한 인도의 전략적 투자는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들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과 교통망이 심각한 영향을 받으면서, 중동을 핵심 축으로 삼아 추진해 온 인도의 연결성 프로젝트들 역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종식 국면에 접어든다면, 인도가 참여하고 있는 I2U2(인도·이스라엘·UAE·미국 협력체)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EC) 같은 대형 연결성 구상도 다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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