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25> “이제 바다는 공짜가 아니다”…트럼프의 해양패권과 동맹의 계산서 > 언론 속 이어도

본문 바로가기
          • 여기는  대한민국 이어도  입니다
          • IEODO


             

            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25> “이제 바다는 공짜가 아니다”…트럼프의 해양패권과 동맹의 계산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6-04-27 21:03

            본문

            [기고]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25> “이제 바다는 공짜가 아니다”…트럼프의 해양패권과 동맹의 계산서
            • 호르무즈 봉쇄와 역봉쇄 이후 글로벌 해양질서 변화에 대한 상상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그림
            프롤로그: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청구서가 도착했을 뿐이다

            협상은 시작도 되기 전에 끝났다. 2026년 4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은 무산됐다. 이란은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해상 봉쇄 해제를 요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맞섰다. 이란이 “목을 조르는 손을 먼저 풀라”고 요구하자, 트럼프는 사실상 “목줄은 그대로 둔채 항복 조건을 논하자”고 답했다.

            트럼프는 직접 협상단 방문 취소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든 카드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아무것도 없다(We have all the cards. They have nothing).” 이 한 문장은 지금 중동 질서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협상이 깨졌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협상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설계되고 있다고 본다. 대화를 원한다면 이란이 먼저 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BBC 인터뷰에서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개입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동맹 검증이었다. 누가 실제로 미국과 함께 움직이고, 누가 비용을 분담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시험한 것이다.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무임승차는 끝났다.” 미국은 더 이상 무료로 세계를 지켜주는 경비원이 아니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도 이제는 모두 비용이 청구된다는 뜻이다. 이란 선박에 대한 역봉쇄는 호르무즈를 넘어 전 세계 바다로 확대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의 동맥이다. 과거 이란은 TIB(Threat in Being), 즉 존재 자체로 작동하는 위협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는 해협 역봉쇄와 글로벌 해상 통제를 통해 그 위협의 소유권을 빼앗으려 한다. 이번 충돌의 본질은 군사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비용의 정치다. 누가 질서를 만들고, 누가 그 비용을 낼 것인가. 지금 세계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I. MAGA의 바다: 트럼프는 왜 이란의 목줄을 조이는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에게 이번 대이란 압박은 단순한 중동 군사작전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증명이며, 흔들렸던 패권의 복원이다. 그들에게 이란은 단순한 적국이 아니라 미국의 힘을 시험하는 상징적 존재다.

            트럼프 정치의 핵심은 언제나 같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그리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무료 경비원이 아니며, 미국의 힘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중동은 민주주의를 수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질서와 해양 패권을 지켜야 하는 전략 공간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상징이다. 이 좁은 해협은 단순한 해상교통로가 아니다. 이곳은 세계 경제의 혈관이며, 미국 패권의 신경이다. 이 해협을 누가 통제하는가는 중동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 질서와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문제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 공간에서 ‘비대칭 전략’을 사용해 왔다. 전통적인 해군력에서는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지만, 기뢰, 고속정, 해안미사일, 드론,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든 해협을 닫을 수 있다”는 공포를 통해 훨씬 큰 전략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현존 위협(Threat in Being·TIB)’이다. TIB의 핵심은 실제 행동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되는 것이다. 해협을 실제로 봉쇄하지 않아도, 봉쇄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보험료는 오르고 유가는 흔들리며 시장은 불안해진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 힘으로 세계를 상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질서를 뒤집으려 한다. 그는 이란의 TIB를 무력화하고, 미국의 ‘능동적 현존함대(AFIB·Active Fleet in Being)’를 전면에 내세운다. AFIB는 단순히 존재하는 힘이 아니다. 존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이다. 항모강습단, 상륙강습단, 해상봉쇄, 역봉쇄, 항만 접근 제한은 모두 “언제든 실행된다”는 현실적 압박이다.

            트럼프의 해협 역봉쇄는 바로 이 AFIB의 실전 적용이다. 이란이 “닫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시장을 흔들었다면, 트럼프는 “우리가 열지 않으면 아무도 지나가지 못한다”는 현실적 통제로 응답하고 있다. 위협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다. 그것은 해양 패권의 선언이다. 누가 바다를 지배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흐름의 비용을 결정하는가의 문제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이란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여전히 규칙을 정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바다의 규칙을 다시 쓰고, 그 비용을 다른 나라들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금 바로 그것을 하고 있다.

            II. 왜 언론은 트럼프를 비판하는가: 대통령의 승리가 아니라 시스템 위기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이란 압박은 강한 미국의 귀환이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과 정책 엘리트 상당수는 전혀 다르게 본다. 그들에게 문제는 이란이 아니라 트럼프 자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개인의 힘이 헌정질서를 넘어서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국 언론은 단순한 보도기관이 아니다. 각각은 서로 다른 국가철학을 반영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따라서 같은 사건을 두고도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진보 성향의 CNN, 뉴욕타임스, MSNBC는 이번 사안을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문제로 본다. 트럼프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사실상 전쟁 수준의 군사행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예방전쟁의 법적 정당성도 약하다고 비판한다. 국제법과 국내 헌법 질서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도 성향의 로이터(Reuters), AP, 블룸버그(Bloomberg)는 보다 냉정하다. 그들은 이념보다 시장을 본다. 유가 상승, 공급망 충격, 동맹국 불안, 금융시장 변동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옳은가”가 아니라 “이 정책이 얼마나 비싼가”이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Fox News)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은 기본적으로 이란 압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억지력 회복과 전략적 주도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트럼프의 강경함을 지지한다. 그러나 무제한 지지는 아니다. 물가 상승과 장기전 피로감, 중산층 부담이 커지는 순간 보수층 역시 흔들린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언론조차 완전히 일방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강한 대통령은 환영하지만, 끝없는 비용 청구는 원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강하게”와 “내 생활비가 왜 올라가야 하는가” 사이에서 현실적인 긴장이 발생한다.

            트럼프를 향한 가장 본질적인 비판은 대통령 권한의 문제다. 그는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확대했고, 동맹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해상질서를 재편하려 한다. 미국 헌정 체제는 대통령이 강한 나라지만, 동시에 그 힘을 견제하는 시스템 위에 서 있다.

            미국 언론은 대통령이 강해지는 것보다 대통령이 통제되지 않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강한 지도자’가 아니라 ‘제도를 지키는 지도자’다. 그래서 트럼프의 성공은 곧 시스템의 실패로 읽힌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규범의 붕괴다. 미국은 스스로를 단순한 제국이 아니라 규칙을 만드는 국가라고 이해해 왔다. 그런데 해상 봉쇄를 무기한 유지하고, 동맹에게 사실상 청구서를 보내는 트럼프 방식은 미국이 주장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충돌한다.

            유럽 언론이 특히 불안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국제규범의 수호자가 아니라 규칙을 자기 편의대로 재설계하는 국가가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할 도덕적 기반 역시 약해진다. 결국 미국 언론의 비판은 단순한 반트럼프 정서가 아니다. 이것은 미국이 무엇으로 유지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힘인가, 제도인가, 가치인가.

            트럼프는 분명히 답을 내렸다. 그는 힘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묻고 있다. 힘이 질서를 만들 수는 있어도, 과연 그것이 미국을 유지할 수 있는가.

            III. 미국인은 이란보다 주유소 가격을 본다

            시장은 영웅보다 안정성을 원한다.

            정치는 신념으로 움직이지만, 선거는 지갑으로 결정된다. 트럼프가 아무리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구축하더라도, 미국 유권자들이 매일 체감하는 것은 전장이 아니라 주유소의 가격표다. 국제정치의 승패는 결국 생활비에서 판가름난다.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은 강한 지도자를 선호한다. 특히 이란처럼 오랫동안 미국의 적으로 인식된 국가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은 상당한 정치적 지지를 만든다. 그러나 그 지지가 지속되기 위한 조건은 분명하다.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공간이다. 이곳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유가로 연결된다. 공습 직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해협 역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다시 불안정해졌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배럴당 150달러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중요한 이유는 곧 휘발유 가격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산층에게 휘발유 가격은 추상적인 경제지표가 아니라 매일 직접 지불해야 하는 현실이다. 갤런당 가격이 오르는 순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함께 흔들린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외정책이 처음에는 애국적 결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매일 운전하는 미국 중산층에게는 “이란을 압박했다”는 뉴스보다 “기름값이 또 올랐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외교적 승리보다 지갑의 손실이 더 강하게 기억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가 상승은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류비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항공 운임과 생활비 전반이 흔들린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 소비는 위축되고 투자 심리는 냉각된다. 주식시장 역시 같은 논리로 움직인다. 월가는 영웅보다 안정성을 선호한다. 갑작스러운 공습, 협상 취소, 해상 봉쇄 확대는 모두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변수다. 다우지수와 S&P500의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업률 문제도 뒤따른다. 제조업은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운송업과 항공업은 연료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서비스업과 유통업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결국 외교정책의 비용은 고용시장으로 내려온다. 폭스뉴스(Fox News)조차 이 지점에서는 매우 민감하다. 보수 언론도 강한 대통령은 원하지만, 생활비가 무너지는 대통령은 원하지 않는다. MAGA와 현실경제가 충돌하는 순간이다.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란의 미사일이 아니라 미국 유권자의 생활비다. 외교적 승리를 자랑할 수는 있어도, 인플레이션과 휘발유 가격 앞에서는 선거가 흔들린다. 미국인은 이란이 싫어서 투표하지 않는다. 자기 지갑이 아파서 투표한다. 이 단순한 사실이야말로 트럼프의 해양 패권 전략이 반드시 넘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벽이다.

            IV. 왜 세계는 트럼프를 따라오지 않는가: 동맹은 계산으로 움직인다

            트럼프는 묻는다. 왜 아무도 함께 싸우지 않는가. 그의 시각에서 보면 질문은 정당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동맥이고, 미국은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력과 정치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한국과 일본도 적극적으로 군함을 보내지 않는다. 미국이 피를 흘리는데 왜 동맹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가. 이것이 트럼프의 분노다.

            그러나 동맹국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들은 묻는다. 왜 우리가 당신의 전쟁 비용을 대신 내야 하는가. 바로 여기에서 동맹의 균열이 시작된다.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미국의 정의로운 응징”이 아니라 “패권의 비용 외주화”로 본다.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동맹 피로감을 강조하고, 독일과 프랑스 언론은 트럼프가 동맹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서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동 언론도 냉정하다. 알자지라(Al Jazeera)와 알아라비야(Al Arabiya)는 이를 이란 압박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불안정 확대라고 본다. 해상 봉쇄는 결국 모든 국가의 물가와 에너지 가격을 흔들기 때문이다. 아시아 역시 다르지 않다. 일본과 한국은 공급망 충격, 해상보험 급등, 에너지 수입 불안에 더 집중한다. 미국의 전략적 성공보다 각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더 현실적이다.

            나토가 적극적으로 따라오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유럽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쳐 있다. 탄약 부족, 재정 부담, 정치적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동 전쟁은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많은 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위기를 나토의 공동전쟁이 아니라 ‘트럼프의 전쟁’으로 본다. 정권이 바뀌면 미국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데 왜 유럽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계산이다. 셋째, 군함을 보내는 순간 그 국가는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유조선 공격, 드론 타격, 사이버 보복의 직접 대상이 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 비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계산한다.

            한국과 일본의 계산은 더욱 복잡하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에너지 안보 때문에 미국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대중국 경제 의존, 중동 원유 의존, 북한 변수, 국내 정치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기본 전략은 분명하다. 돕되, 전면 참여는 피한다. 일본 역시 헌법적 제약과 국내 여론 때문에 공개적 군사개입보다 제한적 정보지원과 후방 지원을 선호한다.

            트럼프는 충성을 요구하지만, 국가들은 비용을 계산한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동맹은 가치 공동체이지만 동시에 이해관계의 계약이다. 실제로 군함을 보내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계산서다. 그래서 세계는 트럼프의 리더십보다 그의 청구서를 더 두려워한다.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한 나라다. 그러나 강하다는 것과 함께 가고 싶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호르무즈보다 더 깊은 균열은 바다 위가 아니라 동맹 내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V. 바다는 공짜가 아니다: 트럼프의 비용 청구서

            트럼프 시대 미국 외교를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국방장관 피터 헤그세스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 설명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무임승차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free rides is over).” 이 한 문장은 이번 중동 위기의 본질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나토 방위비 분담 요구로 이해하지만, 실제 의미는 훨씬 크다. 이것은 방위비가 아니라 세계질서 유지 비용 전체에 대한 청구서다.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무료 경비원처럼 행동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홍해 항로 보호, 유럽 방공망, 대만해협 억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안정은 모두 미국 해군력과 전략적 개입 위에 유지됐다. 동맹국들은 그 혜택을 누렸지만 비용의 상당 부분은 미국이 부담했다.

            트럼프는 이 구조를 불공정하다고 본다. 미국이 피를 흘리고 돈을 쓰는데 다른 나라들은 값싼 석유와 안전한 항로를 당연하게 누린다는 것이다. MAGA의 시각에서 이것은 동맹이 아니라 착취다. 그래서 헤그세스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전략적 통보다.

            이제부터는 비용이 청구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란 선박에 대한 역봉쇄의 글로벌 확대다. 그는 이란 관련 해상운송이 전 세계 바다에서 도전받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호르무즈 봉쇄가 아니라 사실상 글로벌 리버스 블록케이드(Global Reverse Blockade), 즉 글로벌 역봉쇄의 시작이다.

            지중해, 홍해, 인도양, 아라비아해, 동남아 해상교통로까지 이란 관련 선박은 어디서든 추적, 보험 제한, 항만 접근 제한, 금융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해군작전이면서 동시에 경제전쟁이다.

            문제는 이것이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 특정 국가의 해상 생명선을 전 세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음 대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유럽이 모두 이 점을 경계하는 이유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선례다. 한국에게 이 메시지는 더욱 직접적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자 해상무역국가이며 동맹 의존 국가다. 미국이 해양질서를 재설계하면 참여하지 않아도 비용은 청구된다. 따라서 질문은 참여 여부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가 진짜 전략이다.

            트럼프는 동맹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비용을 요구한다. 그리고 헤그세스는 그 청구서를 읽어주는 사람이다. 과거 미국은 “우리가 지켜줄 테니 따라오라”고 말했다. 지금의 트럼프는 다르게 말한다. “우리가 질서를 만들 테니, 당신도 비용을 내라.” 이것이 MAGA 외교의 본질이다.

            바다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VI. 한국의 선택: 참여 여부가 아니라 참여 방식의 문제

            한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먼 나라, 중동의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곧 한국의 생존 문제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에서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다.

            한국은 대표적인 해상무역국가이자 에너지 수입국이다. 원유와 LNG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들어오고, 그 흐름이 막히는 순간 산업과 물가, 금융시장 전체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다. 호르무즈는 지도 위의 먼 해협이 아니라 우리의 주유소 가격과 산업, 생활비와 직접 연결된 공간이다.

            동시에 한국은 한미동맹의 핵심 당사자다. 미국이 해양질서를 재설계하는 순간 한국은 완전히 바깥에 설 수 없다. 특히 트럼프식 질서에서는 중립이라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참여하지 않아도 비용은 청구된다. 따라서 질문은 군함을 보낼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이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AFIB, 즉 ‘능동적 현존함대(Active Fleet in Being)’이다. 필자가 강조해 온 이 개념은 단순한 함대보유 또는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 공간에 존재하며 질서 형성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소말리아 파병 청해부대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호송 임무가 아니다. 한국이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략적 메시지다. 직접 교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질서가 형성되는 현장에 있어야 발언권이 생긴다.

            호르무즈에서는 누가 옳은가보다 누가 그 자리에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바다에서는 부재가 곧 영향력의 상실이다. 물론 현실은 복잡하다. 대중국 경제 의존, 북한 변수, 국내 정치 부담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를 수도, 완전히 거부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냉철한 국가이익에 기반한 전략이다. 첫째, 에너지 안보를 군사안보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 호르무즈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다. 둘째, 동맹 참여를 단순한 파병 논리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정보공유, 해상감시, 소해 지원, 후방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전략적 참여가 가능하다. 셋째, 한국은 따라가는 동맹이 아니라 설계에 참여하는 동맹이 돼야 한다. 미국이 만든 계산서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 어떤 질서를 만들 것인지 함께 논의하는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는 동맹에게 선택이 아니라 책임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략적 존재로 증명된다. 호르무즈는 중동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시작되는 장소이며, 동시에 동맹정치가 시험받는 공간이다.

            이제 한국이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 바다의 바깥에 설 것인가, 아니면 그 질서를 함께 만드는 쪽에 설 것인가.

            에필로그: 흐름의 비용을 정하는 자가 질서를 만든다

            이번 전쟁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좁은 바닷길은 단순한 해상교통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동맥이며 국제질서의 급소다. 중요한 것은 땅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멈추거나 열어줄 수 있는 힘이다.

            과거 이란은 TIB(Threat in Being), 즉 존재 자체로 작동하는 위협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실제로 해협을 닫지 않아도 “언제든 닫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유가를 움직이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트럼프는 해협 역봉쇄와 글로벌 해상 통제를 통해 그 위협의 소유권을 빼앗으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누가 바다의 규칙을 정하는가에 대한 선언이다. 그는 동맹에게 충성이 아니라 비용을 요구한다. 무임승차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미국은 세계의 무료 경비원이 아니며, 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은 모두에게 청구된다.

            그래서 세계는 군함보다 청구서를 더 두려워한다. 유럽은 비용 강요를 경계하고, 아시아는 공급망과 물가 충격을 걱정한다. 한국 역시 이미 그 질서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가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며 해상무역국가다. 호르무즈는 남의 바다가 아니라 우리의 주유소 가격이고 우리의 산업이며 우리의 안보다. AFIB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먼 항구에서 존재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 집행되는 힘,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그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질서 형성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결국 21세기의 해양패권은 점령이 아니라 해양 흐름이 통제다. 누가 바다를 지배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흐름의 비용을 결정하는가가 진짜 힘이다. 트럼프는 지금 그 질서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답해야 한다. 그 청구서를 단순히 받을 것인가, 아니면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쪽에 설 것인가. 호르무즈 봉쇄와 역봉쇄를 통해 세계 해양질서는 이미 바뀌고 있다.

            글 :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정충신 기자

            [문화일보 제공]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