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를 잊으면, 우리의 영토를 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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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2°07'22.0", 동경 125°10'56.0", 나의 사랑 나의 이어도(Ieodo) 이야기다.
“이어도는 상상 속의 파랑도(波浪島)가 아니라,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실존의 섬이다. 이어도를 잊어버리는 것은 곧 우리의 정신적 영토를 잃는 것이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이사장 고충석)를 창립하고 20년 가까이 이 거대한 이어도의 가치를 고양해온 고충석 이사장(전 제주대학교 총장)의 일갈이다. 이 일갈은, 건조한 국제법 프레임에 갇혀 있던 이어도를 전 국민의 심장으로 단숨에 끌어올리는 인문학적 선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지식인의 처절한 사회학적 양심, 그리고 제주인의 영혼을 관통하는 준엄한 명제와 마주해야 한다. 이어도에 깃든 신화의 실체를 올바르게 바로잡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것은, 단순히 바다 위 섬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인의 정신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일이다.
제주인에게 이어도 신화는 척박한 현실과 거친 대양을 개척해 온 영혼의 나침반이자 정체성의 기둥이었다. 이 정신적 기둥을 명확히 세우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은 제주인으로서의 역사적 뿌리와 숨결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학자적 양심의 매서운 경고다. 신화는 멀리 있는 신비가 아니라 우리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다. 마음속의 신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이 되고, 그 구전이 쌓여 지워지지 않는 역사가 되며, 마침내 그 역사의 결정체가 예술이 된다. 이것이 바로 제주인의 위대한 정신을 온전히 되찾아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어도를 ‘수옌자오(苏岩礁, Suyan Reef)’라 부르며 배타적경제수역(EEZ)의 논리를 앞세워 자신들의 영향권이라 주장하곤 한다. 눈에 보이는 경계선만을 들이대는 중국의 거친 억지에 우리는 당당하게 반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신화는 눈에 보이는 고고학적 근거가 완벽해서 우리의 역사이고 정신인가. 결코 아니다. 신화는 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정신적 영토이자, 그 어떤 외교적·군사적 압박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무형의 주권이다.
이어도가 우리 역사와 주권의 한 페이지로 당당히 자리 잡기까지 거쳐온 도정(道程)은 결코 짧지 않다. 이미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에 의해 그 지형적 실체가 세계 지도 위에 처음으로 드러났고, 1923년에는 수많은 해양 개척자에 의해 실존 목격담이 기록되며 단순한 전설이 아님을 증명했다.
특히 1984년은 갈 수 없는 섬으로 여겨졌던 이어도가 마침내 실존하는 섬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2000년 12월 ‘이어도’라는 공식 이름을 공포하며 주권적 표식을 새겼고, 마침내 2003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우뚝 세움으로써 실효적 관할권의 정점을 찍었다.
우리가 지켜낸 이 바다는 단순한 영토적 자존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어도 인근 바다에는 제4광구 대륙붕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곳에 묻혀 있는 천연자원과 광물 자원, 그리고 풍요로운 수산 자원의 경제적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나아가 이어도 해역은 대한민국이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핵심 해상 교통로이자 미래를 여는 전진기지다.
지난 2007년부터 이어도연구회가 묵묵히 쌓아 올린 학술적 총량은 이러한 가치를 방어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연구회가 발간한 이어도저널을 비롯한 30여 권의 전문 학술지, 이어도 100문 100답과 이어도 오딧세이 등 20여 권이 넘는 단행본, 그리고 학술지 이어도저널을 중심으로 200편에 달하는 심층 논문집은 중국의 그 어떤 역사 왜곡과 억지 주장도 정면으로 무력화하는 대한민국 해양 주권의 가장 강력하고 촘촘한 법리적 방어벽이다.
이러한 깊은 연구와 역사적 자산 위에, 이제는 가슴을 울리는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를 얹어야 할 때다. 필자는 이어도연구회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홍보대사로서 직접 마주했던 이어도의 위용과 거친 파도는 사진가의 심장에 강렬한 충격과 예술적 부채감을 남겼다. 이제 학술적 방어벽을 넘어, 이어도를 향한 지속적이고 담대한 사진적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도 해역의 신비로운 수중 생태와 그 거친 숨결을 화면에 담고, 이를 평생 이어도사나 노래를 부르며 물질해 온 제주 해녀들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모든 예술적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해양학적 깊이와 사진적 미학이 결합한 이 기록들은 향후 아름다운 사진집으로 발간되어, 이어도가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문화적 영토임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강력한 시각적 증거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이어도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이 섬을 전문가들만의 연구실에서 꺼내어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해야 한다. 물리적 방문이 제한적인 수중 암초라는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실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수집하는 기상 방재, 지구 환경, 해양학적 실시간 데이터와 수중 환경 영상들을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대형 디지털 아카이브 공간과 VR/AR 학습관을 전국 주요 거점에 구축하는 것이다. 직접 갈 수 없다면, 가상 세계와 문화적 공간 안에서 이어도를 완벽히 구현하고 향유하는 것 자체가 가장 현대적이고 강력한 영토 수호 전략이 된다.
둘째는 대표성을 가진 국내외 해양 학자, 대학생, 그리고 문화 예술가들이 이어도 해역을 정기적으로 탐사하고 선상에서 학술 대회와 창작 활동을 펼치는 해상 승선 아카데미의 제도화다. 대형 실습선이나 탐사선을 활용해 거친 바다 위에서 이어도를 바라보며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해양의 미래를 논하는 행위 자체가 중국이 감히 시비 걸 수 없는 인류 보편의 평화적 관할권 행사다. 해양경찰이 거친 파도를 뚫고 몸으로 지켜내는 삼엄한 경계선 위에, 대한민국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문화적 사랑이 결합할 때 비로소 이어도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난공불락의 영토가 된다.
지구상에 오직 하나뿐인 이어도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영토의 한 조각을 탐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다 너머의 이상향을 꿈꾸며 미래를 개척해 온 우리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일이며, 대한민국의 해양 미래를 여는 위대한 결단이다.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한, 이어도는 영원히 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가장 푸른 영토다. 우리의 위대한 정신과 미래는 바로 오늘, 우리가 이어도를 얼마나 뜨겁게 사랑하고 끊임없이 기억하는가에 달려 있다. K-Ocean, Ieodo
[제주의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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