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중국의 잠정조치수역 수상한 구조물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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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했다. 잠정조치수역은 한ㆍ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으로 양국의 해양경계선 획정이 유보되고 있는 민감한 해역이다. 국제법상 잠정조치수역에서는 어업 행위를 제외한 시설물 설치나 지하자원 개발 등이 금지된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해당 구조물을 ‘양어장 지원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무단으로 인공구조물을 설치한 중국의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민간시설이어서 철수가 어렵다는 중국정부의 대답도 회색지대 전략에 해당하는 외교적 변명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8년 선란 1호를 시작으로 2022년 고정식 석유시추설비, 2024년 선란 2호를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했다. 중국은 구조물 설치뿐만 아니라 군함의 활동도 늘렸다. 국방부의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중국 군함이 한국이 설정한 배타적 경제수역과 양국의 잠정적 해양경계선인 중간선을 월경한 사례가 900회 이상이라 한다. 이러한 정황들로 미루어보면 중국은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서해해역에 대한 관할권 확대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서해해역의 문제는 예견된 바였다. 표면상 한ㆍ중 서해갈등의 단초가 된 것은 석유시추 시도(한국 2005년, 중국 2008년)였는데 당시에는 상대국의 반발로 중단되었다. 그 후 양국간 서해를 둘러싼 갈등의 조짐은 조금씩 승급되었다. 2010년 중국은 서해를 내해(內海)로 규정하고 서해를 앞마당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보였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미국은 북한 도발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명분으로 항모 조지워싱턴함을 서해로 진입시켰다.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왜냐하면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진입은 중국본토에 대한 현실적 위협이었고,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초긴장시켰다. 결국 스캔당한 중국군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군사시설과 전략기지들을 대거 이동, 재배치했다. 2013년까지 최소 4차례에 걸친 조지워싱턴함의 서해진입으로 중국의 불편, 불안이 가중되자 한ㆍ중 양국은 2015년부터 해상경계획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간 두 차례씩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합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구조물 설치문제가 재점화되었다.
논란이 많지만 문제의 핵심은 해양경계선획정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해양경계선은 양국해안의 기점과 기선을 근거로 양측 해안의 중간선을 경계선으로 한다. 한국의 입장은 중간선 원칙에 따라 등거리 지점을 한중 서해경계선으로 획정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자연연장설을 주장한다. 대륙붕연장설의 논리인데 서해가 중국대륙붕의 연장이라는 점과 200해리 대륙붕을 350해리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기점으로 삼고 있는 통다오에서 이어도까지 거리가 247km임을 감안하면 200해리(370km)를 350해리로 확장하면한중잠정조치수역은 물론이고 이어도까지 중국대륙붕에 포함된다. 더군다나 중국의 일부 논자들은 국토면적에 비례하여 해양영역도 구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서해는 중국의 의도대로 중국의 내해(內海)가 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선설정의 문제이다. 중국이 설정한 기점에 통다오(북위 30°44.1’, 동경 123°9.4’)가 포함되어 있는데 해당 섬은 육지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점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내법으로 통다오를 기점으로 명시하고 기선을 획정했다. 중국의 의도가 관철되면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제7광구도 위험하다. 1969년에 적용되었던 ‘대륙붕 자연연장설’로 제7광구에 대한 권리를 얻었던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주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제7광구 외측에 위치하는 중일 공동개발구역 개발에 중국과 일본의 협력하고, 양국이 동중국해 경계획정에도 공조하게 된다면 한국은 소외되고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중국의 의도는 치밀하다. 지금은 인공구조물이 잠정조치수역의 어로활동의 일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게릴라전술의 일종으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는 중국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공공외교식 가식일 뿐이다. 곧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중국은 서해대륙붕이 중국대륙에서 흘러온 토사이기 때문에 중국땅이라고 주장한다. 당장은 한ㆍ중 양국이 가입한 유엔 해양법협약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근거로 논박하고 있고, 400해리 미만의 중첩수역을 잠정조치수역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돌변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노리는 것은 서해뿐만 아니라 이어도를 포함한 제7광구 해역 전부이다. 그래야 중국인들의 밥상에 신선한 생선을 올릴 수 있고, 석유와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제법을 내세우고 정치적으로 푸는 책략이 최선이다. 중국도 책임있는 대국의 지위에 오르고 시진핑 정부가 내세운 인류운명공동체를 이루려면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여 맞대응하자는 식의 어설픈 대응은 안 된다. 국제여론을 조성하여 유사한 상황에 있는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과 통일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적의 장점으로 적을 제압하는(以夷之長技之制夷) 지혜가 필요할 때다. 동시에 중국과 정면 승부할 제갈공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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