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국 국가의지 시험하는 중국의 서해공정 (202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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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해상구조물을 놓고 경계심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중국의 ‘서해공정’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해양안보를 중시하면서 중국의 안보 현안은 대부분 해양과 엮여 있다. 중국몽 실현을 위해 해상교통로 안전 보장, 해양자원 개발, 해외 이익 보호 등 해양권익을 신장할 수 있는 수단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해군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해오고 있다. 2008년 12월 사상 최초로 아덴만으로 해적 대응 임무 부대가 파견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 해군의 해외 원정작전 능력이 획기적으로 신장했고, 남중국해 일대에서 중국은 해양 영토 팽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 2008년부터 해군력 집중 증강
남중국해에 설치한 인공섬 연상
새정부, 철저 대비해 국익 지켜야
2010년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이라 부르기 시작하더니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위치한 스카버러 숄을 무단 점령했다. 중국은 2013년 말부터 남중국해 일곱 곳에 인공 섬을 건설하고 대규모 군사기지로 전환했다. 당시 미국이 중동 대테러 전쟁으로 발이 묶인 틈을 이용해 해양 팽창을 쏜살같이 밀어붙였다.
중국의 서해공정도 이 무렵 시작됐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직후 한·미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고하려고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계획하자 중국은 서해가 자국 핵심이익이라며 극렬 저항했다. 결국 훈련 해역은 동해로 변경됐다. 그 후 수도권 측방 서해는 사실상 중국군의 자유로운 기동 공간이 됐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이동식 양어장이라면서 물리적 구조물, 즉 선란 1호(2018년)와 선란 2호(2024년)를 잇달아 설치했다. 시추선 형태의 철골 구조물을 해저에 고정 설치한 사실도 2022년 3월에 드러났다. 중국은 이들 구조물이 설치된 동경 124도 서쪽 잠정조치수역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다며 5월 22~28일 항행 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
중국의 이런 행동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한 뒤 자국 군사기지로 전환한 선례를 연상시킨다. 중국은 이들 구조물을 내세워 향후 한·중 해양경계 협상 시 관할권을 주장하고, 동시에 병력과 함선을 주둔하는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회색지대 전술이자 저강도 도발 행위다. 서해 지배를 본격화하려는 중국의 노골적인 의도가 드러난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하필 지금 이런 무리수를 둘까. 미국 해군의 상대적 쇠퇴 흐름 와중에 해양팽창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어 더 많은 해양 플랫폼과 기지를 확보해도 미국 해군은 적절한 대응방안과 억제책을 못 찾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 등의 우려에 대해 지역 안보 공약이 공고하다고 반복해서 표명할 뿐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해온 트럼프 2기 정부가 중국의 팽창주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같지도 않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 강화되기 전에 한국 정부를 강하게 견제할 필요를 느꼈을 수도 있다.
지난 4월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 대표가 한국 이어도 해양과학기지가 불법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설치한 서해 시설물은 이어도 기지에 대한 맞대응 수단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들을 쉽게 이동하거나 철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베트남의 사례를 보자. 베트남은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기지 건설에 맞서 스프래틀리 군도에 자체 군사 전초기지를 중국의 인공섬 면적과 맞먹을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를 중단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과거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에서 베트남이 사상자가 발생해도 강하게 맞선 전례를 알기 때문이다.
서해는 대한민국군과 해양경찰에겐 항재전장(恒在戰場)이다. 서해에서 힘의 균형은 결국 군의 전투 능력과 경찰의 대비태세에 달려 있다. 중국은 앞으로 더욱 노골적으로 서해 공정을 추진하며 대한민국의 국가 수호 의지를 시험할 것이다. 6·3 대선에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군은 중국의 해양 영토 침범 행위에 맞서 철저히 대비하고, 유사시 한국도 베트남처럼 주권을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국가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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