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이런 중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노원명 에세이]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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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노원명 에세이]](https://www.bigkinds.or.kr/resources/images/02100101/2025/11/23/02100101.20251123085509002.01.jpg)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9년 4월 하순부터 6월 초에 걸쳐 베이징 천안문에서 전개된 민중 시위를 중국 공산당은 군을 동원해 강제 종료시켰다. 그때는 소련이 붕괴하기 2년 전이었고 폴란드 등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던 시기였다. 이런 세계사적 조류에 민중이 고무된 것은 중국도 다른 나라와 같았으나 정부의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다른 나라는 민중이 공산당을 타도했고 중국에선 공산당이 민중을 이겼다.
천안문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이끈 것은 덩샤오핑을 위시한 보수파 지도부였다. 자오쯔양 당 총서기 등 온건파들은 계엄에 반대하다 거세되었다. 사태는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다. 덩샤오핑이 상황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그리하여 여느 공산국가처럼 당이 민중 요구에 굴복했다면 지금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민주화되었을까.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미국을 위협하는 굴기는 가능했을까. 중국인 개개인은 더 행복해졌을까. 세계는 더 안전해졌을까.
중국 민중들은 천안문 사태 이후 공산당에 맞선 적이 없다. 그들은 급진적인 자유·민주 대신 안정과 경제발전을 택했다. 중국 공산당은 겉으로는 계급정당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중화 내셔널리즘의 총 지휘부가 되었다. 애국주의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은 강하고 통합된, 그리고 발전하는 조국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하다.
“일본의 어느 중국학 대학 교원이 1997~2010년에 걸쳐 톈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당과 정부는 인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어느 해든 70% 이상에서 80% 이상의 사람들이 ‘매우 그렇게 생각한다’ 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이시카와 요시히로, ‘중국공산당, 그 100년’). 중국인 대다수는 1989년 덩샤오핑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실주의에 입각해서 말한다면 주변국에게는 1989년에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는 편이 더 좋았다. 국제정치 목표는 단순해서 패권국이 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못하면 패권국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 공산당이 무너졌다면 지금 중국은 늑대보다는 판다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21세기가 되기 전에 중국이 분열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했다. 굴기도, 투키디데스의 함정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망발이라고 하겠지만.
21세기 초 까지만 해도 중국이 일당독재 국가라는 사실은 나머지 세계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인구가 많을 뿐인 개발도상국이 보편적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 한들 대수겠는가. 지금 중국은 미국을 경제규모에서 추월하기 일보 직전이고 군사적으로 동아시아의 패자(覇者)가 되려 한다. 이런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주변국에 어마어마한 위협이다.
팽창을 추구하고 욕망을 평화에 우선하며 목숨값이 주변 평균보다 낮은 국가가 최강국인 세계는 위험하다. 중국은 여론에 제어되지 않는 시스템이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할 수 없이 의사결정이 빠르다. “극소수 지도자가 움직이는 조직이 한손에는 막강한 군사력, 다른 한 손에는 ‘볼셰비즘’을 쥐고 14억의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그림” 말이다(이시카와 요시히로). 미국이 빠지고 중국이 제패한 동아시아는 스파르타가 군림하는 그리스 같지 않을까.
최근 중국이 일본을 대하는 것을 보면 중국 패권시대 주변국이 당할 낭패가 눈에 그려진다. 자국 외교관이 상대국 정상의 참수를 입에 담았다면 큰 외교 사고인데 사고를 수습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 수습은커녕 국가 차원에서 길길이 뛰고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은 일본 입장에선 원칙론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외교로 대응하면 된다. 국제 프로토콜이 통하는 나라라면 다카이치 발언에 대한 항의와 자국 외교관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을 투트랙으로 가져갈 것이다.
중국은 그저 ‘한판 붙자’고 한다. ‘내가 대만은 입에 올리지 말랬지’ 하면서 강짜를 놓는다.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일본여행 자제령으로 자국민의 불타는 민족주의에 휘발유를 붓는다. 뒷골목 세계에서는 못된 성질이 무기가 되고 국제정치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주로 북한, 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의 행동 양식이다. 중국 같은 거대 국가가 그렇게 하면 세계는 정글이 된다.
지금 중국이 과거 중화 왕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역대 중원의 왕조는 주변 민족이 크고 작은 도발을 해도 함부로 전쟁하지 않았다. 지극히 세련된 프로토콜에 기반해 충돌을 회피하는 외교의 명수였고 관용의 풍도가 있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아직 건국 80년도 되지 않은 어린 국가다. 그들은 대범하고 자존감 충만했던 역사속 그 중국이 아니다. 비대 자아에 성호르몬 과다의 청소년과 비슷해서 통제가 안 된다.
중국이 시비 거는 대상이 이번은 일본이지만 베트남이 될 수도 있고, 필리핀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도 될 수 있다. 대만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서해 구조물에도 입 닫아야 하나. 중국이 핵잠수함을 트집 잡아 본격 시비를 걸어오면 어떻게 하나. 중국이 뭐라고 해도 입 꾹 닫고 있는 것이 최선일까. 미래 어느 시점 지금보다 강성해진 중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우리의 선택을 강요해 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지금은 100년 후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백년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20~30년, 최대 50년까지는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당분간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최대한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한국의 지도자는 중국에 ‘셰셰’하더라도 결정적인 국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패자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중국이 변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과 일본이 오래 버티도록 해야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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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이끈 것은 덩샤오핑을 위시한 보수파 지도부였다. 자오쯔양 당 총서기 등 온건파들은 계엄에 반대하다 거세되었다. 사태는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다. 덩샤오핑이 상황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그리하여 여느 공산국가처럼 당이 민중 요구에 굴복했다면 지금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중국은 민주화되었을까.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미국을 위협하는 굴기는 가능했을까. 중국인 개개인은 더 행복해졌을까. 세계는 더 안전해졌을까.
중국 민중들은 천안문 사태 이후 공산당에 맞선 적이 없다. 그들은 급진적인 자유·민주 대신 안정과 경제발전을 택했다. 중국 공산당은 겉으로는 계급정당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중화 내셔널리즘의 총 지휘부가 되었다. 애국주의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은 강하고 통합된, 그리고 발전하는 조국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하다.
“일본의 어느 중국학 대학 교원이 1997~2010년에 걸쳐 톈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당과 정부는 인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어느 해든 70% 이상에서 80% 이상의 사람들이 ‘매우 그렇게 생각한다’ 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이시카와 요시히로, ‘중국공산당, 그 100년’). 중국인 대다수는 1989년 덩샤오핑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실주의에 입각해서 말한다면 주변국에게는 1989년에 중국 공산당이 무너지는 편이 더 좋았다. 국제정치 목표는 단순해서 패권국이 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못하면 패권국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 공산당이 무너졌다면 지금 중국은 늑대보다는 판다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21세기가 되기 전에 중국이 분열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했다. 굴기도, 투키디데스의 함정도 없었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망발이라고 하겠지만.
21세기 초 까지만 해도 중국이 일당독재 국가라는 사실은 나머지 세계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인구가 많을 뿐인 개발도상국이 보편적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 한들 대수겠는가. 지금 중국은 미국을 경제규모에서 추월하기 일보 직전이고 군사적으로 동아시아의 패자(覇者)가 되려 한다. 이런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주변국에 어마어마한 위협이다.
팽창을 추구하고 욕망을 평화에 우선하며 목숨값이 주변 평균보다 낮은 국가가 최강국인 세계는 위험하다. 중국은 여론에 제어되지 않는 시스템이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할 수 없이 의사결정이 빠르다. “극소수 지도자가 움직이는 조직이 한손에는 막강한 군사력, 다른 한 손에는 ‘볼셰비즘’을 쥐고 14억의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그림” 말이다(이시카와 요시히로). 미국이 빠지고 중국이 제패한 동아시아는 스파르타가 군림하는 그리스 같지 않을까.
최근 중국이 일본을 대하는 것을 보면 중국 패권시대 주변국이 당할 낭패가 눈에 그려진다. 자국 외교관이 상대국 정상의 참수를 입에 담았다면 큰 외교 사고인데 사고를 수습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 수습은커녕 국가 차원에서 길길이 뛰고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은 일본 입장에선 원칙론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외교로 대응하면 된다. 국제 프로토콜이 통하는 나라라면 다카이치 발언에 대한 항의와 자국 외교관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을 투트랙으로 가져갈 것이다.
중국은 그저 ‘한판 붙자’고 한다. ‘내가 대만은 입에 올리지 말랬지’ 하면서 강짜를 놓는다.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일본여행 자제령으로 자국민의 불타는 민족주의에 휘발유를 붓는다. 뒷골목 세계에서는 못된 성질이 무기가 되고 국제정치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주로 북한, 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의 행동 양식이다. 중국 같은 거대 국가가 그렇게 하면 세계는 정글이 된다.
지금 중국이 과거 중화 왕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역대 중원의 왕조는 주변 민족이 크고 작은 도발을 해도 함부로 전쟁하지 않았다. 지극히 세련된 프로토콜에 기반해 충돌을 회피하는 외교의 명수였고 관용의 풍도가 있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아직 건국 80년도 되지 않은 어린 국가다. 그들은 대범하고 자존감 충만했던 역사속 그 중국이 아니다. 비대 자아에 성호르몬 과다의 청소년과 비슷해서 통제가 안 된다.
중국이 시비 거는 대상이 이번은 일본이지만 베트남이 될 수도 있고, 필리핀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도 될 수 있다. 대만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서해 구조물에도 입 닫아야 하나. 중국이 핵잠수함을 트집 잡아 본격 시비를 걸어오면 어떻게 하나. 중국이 뭐라고 해도 입 꾹 닫고 있는 것이 최선일까. 미래 어느 시점 지금보다 강성해진 중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우리의 선택을 강요해 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지금은 100년 후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백년대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20~30년, 최대 50년까지는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당분간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최대한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한국의 지도자는 중국에 ‘셰셰’하더라도 결정적인 국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패자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중국이 변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과 일본이 오래 버티도록 해야 한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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