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방식'에 더 다가선 중국의 일본 압박 [4강의 시선] (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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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본에 물자·기술 수출통제한국 배터리-반도체 취약 구조모호성 대신 ‘준비된 현실주의’
1월 6일 중국 상무부는 일본을 특정 대상으로 지정해 군민(軍民) 이중용도 물자와 기술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를 전격 발표했다. 규제 대상은 단순한 군사 목적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군사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최종 사용자와 용도까지 포괄하도록 설정됐다. 범위와 강도 모두 기존 통상 조치와는 차원이 달랐고, 방식과 메시지 역시 과거와는 분명히 구별됐다. 이번 조치는 중·일 갈등의 단순한 격화라기보다 국제 경제 질서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에 가깝다.
사실 이런 장면이 낯선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19년 한국을 상대로 수출관리 강화를 단행하며, 한국을 별도로 분리해 반도체 핵심 소재를 개별 허가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일본은 이를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하는 데 선을 긋고, 안보와 수출관리라는 기술적 명분을 내세웠다. 반면 이번 중국의 조치는 대만 문제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치·안보적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이로 인한 일본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 소재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세계 공급의 95% 이상을 점유,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정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쉽지 않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르고, 그 비용은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되고 있다. 2010년 센카쿠 열도 갈등 당시 중국의 단 3개월간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일본 경제는 수천억 엔의 손실을 입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한국에 유리할까. 단기적 반사 이익은 나올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일부 한국 소비재 판매가 늘고, 일본행이 막힌 중국인 관광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계산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벌어지는 일이 시대 전환의 징후라는 점이다. 과거 중국의 대응은 비교적 간접적이었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을 상대로 한 조치들도 여행 제한, 유학 자제, 문화 교류 위축 같은 회색지대 수단이 중심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유사 발언 이후 일본을 향한 압박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다르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며, 경제를 명시적인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 통상분쟁을 넘어 경제수단을 통한 사실상의 전쟁 방식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조치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어느 편의 반사이익을 계산하는 단기적 셈법이 아니라, 이런 충돌이 반복되는 세계를 전제로 한 구체적 대응 전략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수출 통제와 세컨더리 보이콧이 일상화되면, ‘중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진 촘촘한 분업 구조는 안전망이 아니라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이 구조적 취약성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배터리, 반도체다. 중국산 전략 광물과 일본산 핵심 소재에 동시에 의존하는 이들 산업부터 △중국 추가 규제 △일본 생산 차질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 등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가 안보의 언어로 직접 말하기 시작한 시대, 한국의 선택지는 더 이상 중립적 모호함이 아니라 준비된 현실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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