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끝나도 안심 못한다…남중국해도 한국 공급망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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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이 우리나라의 또 다른 해상 공급망 취약지대로 지목됐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나 통항 제한이 발생하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반도체와 전자·기계류 공급망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간한 ‘7월 국제해양정세리포트’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특정 해상교통로의 마비가 글로벌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KMI는 한국 교역과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와 같은 해상 공급망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남중국해는 말라카해협과 대만해협, 루손해협, 순다해협, 롬복해협, 마카사르해협 등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가 집중된 전략 요충지다.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24년 이들 주요 해협을 통과한 교역 규모는 중복 집계를 포함해 약 6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말라카해협과 대만해협을 통과한 교역 규모는 각각 2조4000억달러 이상으로, 세계 해상교역의 약 21%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의존도도 적지 않다. 전체 교역의 약 22%는 대만해협을, 13%는 말라카해협을 경유한다. 특히 에너지 수입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수입의 64%,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수입의 78% 이상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품목이다. 두 해협 가운데 한 곳에서만 통항이 제한돼도 국내 에너지 공급과 제조업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해협은 첨단산업 공급망의 핵심 통로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만해협을 통과한 전자·기계류 교역 규모는 약 9860억달러로 해협 전체 교역액의 약 40%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위기가 국제 유가와 에너지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대만해협 위기는 에너지뿐 아니라 반도체와 중간재, 완제품 공급망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해협 통항이 제한되면 우리나라 선박은 루손해협을 거쳐 대만 동쪽 해역으로 우회해야 한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 기간과 물류비가 증가하고, 공급망 충격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제조 원가와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나라 해상교통로를 위협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군사적 확대 ▷연안국의 통항료 부과나 선별적 통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대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전면 봉쇄보다 강도가 낮은 ‘검역’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선박 통항에는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안경비대 등 법 집행기관을 앞세운 검역은 군사적 봉쇄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지만 선박과 화물 이동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법만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통과통항권을 보장하지만, 특정 국가가 군사력을 동원하거나 선별적으로 통항을 제한할 경우 법적 권리만으로는 실제 항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소연 KMI 전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법적 권리만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인 해상교통로 보호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해상교통로 안보를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정립하고,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영역보다는 해적 대응과 재난, 수색·구조 등 비전통 안보 분야부터 국제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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